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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의 제작 과정: 수확, 찌기, 건조

by 리밀레 2025. 7. 10.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녹차는 단순히 찻잎을 말려 만든 것이 아닙니다. 녹차가 탄생하기까지는 섬세한 수확 시기와 정교한 열처리, 그리고 풍미를 결정짓는 건조 방식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이 글에서는 찻잎이 녹차가 되기까지의 주요 단계인 수확, 찌기, 건조를 중심으로 녹차의 제조 과정을 자세히 알아봅니다. 녹차 한 잔 속에 담긴 정성과 기술을 이해하면, 차 맛이 더 특별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녹차의 제작 과정 사진

수확, 찻잎 선택이 품질을 좌우한다

녹차 제작의 첫 단계는 바로 찻잎 수확입니다. 일반적으로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이른 봄철에 자란 부드러운 어린 찻잎을 ‘첫물차’ 또는 ‘우전차(雨前茶)’라 부릅니다. 이 찻잎은 맛이 연하고 떫은맛이 적어 가장 고급으로 여겨집니다. 수확 시기는 찻잎의 품질과 맛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날씨와 일조량을 세심하게 살핍니다. 너무 어린 찻잎은 향이 약하고, 너무 자란 찻잎은 떫고 질겨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수확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는 것이 품질의 핵심입니다. 찻잎 수확 방식도 중요합니다. 전통적인 수제 방식에서는 한 잎 한 잎 손으로 따며, 기계 수확은 속도가 빠르지만 잎에 손상이 생기거나 줄기와 섞일 수 있어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수확된 찻잎은 당일 바로 가공되어야 산화가 진행되지 않으며, 찻잎이 산화되면 녹차가 아닌 발효차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후속 공정이 필요합니다.

 

찌기, 찻잎 산화를 막는 열처리 핵심 공정

녹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 중 하나는 바로 찻잎의 산화를 억제하는 열처리, 즉 '찌기(증제)'입니다. 산화란 찻잎 속 효소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색과 향이 변하는 현상인데, 이를 차단해야만 신선한 녹차 특유의 색과 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주로 증제로 산화를 억제하는 반면, 중국은 찻잎을 덖는(가열하는) 방식인 ‘살청’ 공정을 주로 사용합니다. 특히 일본식 찌기 방식은 찻잎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감칠맛을 부여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찻잎을 찔 때는 보통 100℃ 증기로 30초에서 90초 사이 열처리를 진행하며, 시간 조절에 따라 차 맛과 향이 달라집니다. 너무 오래 찌면 잎이 무르고 향이 날아가며, 너무 짧으면 산화가 충분히 억제되지 않습니다. 찌기 과정이 끝난 뒤에는 찻잎을 바로 식혀야 합니다. 이를 통해 열이 잎 속에 머무르지 않고 빠르게 냉각되면서 색과 향이 보존됩니다. 이처럼 ‘찌기’는 녹차가 녹차로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결정적인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건조, 향과 맛을 결정짓는 마지막 한 단계

열처리와 식힘을 마친 찻잎은 수분이 많은 상태이기 때문에 반드시 건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찻잎의 수분을 날려 보관성을 높이고, 동시에 녹차 고유의 향을 강화시켜 줍니다. 건조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온풍 건조입니다. 70~90도의 온풍을 반복적으로 불어주어 수분을 천천히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맛과 향이 고르게 우러나도록 합니다. 전통 방식에서는 대나무 바구니 위에 찻잎을 얹고 자연 바람이나 그늘에 말리는 경우도 있으며, 고급 수제 녹차는 ‘손 덖음’으로 마지막 향을 입히기도 합니다. 건조는 단순히 물기를 제거하는 것을 넘어, 찻잎 내부의 아미노산과 향 성분이 안정화되는 단계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떫은맛은 줄고 단맛과 감칠맛은 더욱 풍부하게 살아납니다. 마지막으로 찻잎의 모양을 다듬는 정형(정련) 작업이 이뤄지고, 불순물을 제거한 후 포장하여 출하됩니다. 이렇게 완성된 녹차는 찻잎이 얇고 곧게 말려 있으며, 은은한 향과 담백한 맛을 지니게 됩니다.

 

 

녹차 한 잔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수확에서 찌기, 건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성과 기술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좋은 녹차는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의 손길이 어우러진 정교한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탄생합니다. 오늘 마시는 녹차 한 잔의 향과 맛을 음미하며, 그 배경에 담긴 과정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