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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차의 풍미를 바꾼다? 수질, pH, 온도

by 리밀레 2025. 7. 9.

차를 우리는 데 있어 많은 사람들은 찻잎의 품종이나 온도 조절에 집중하지만, 정작 가장 기본이 되는 ‘물’의 중요성은 종종 간과되곤 합니다. 물의 수질, pH, 경도, 온도는 차의 맛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 글에서는 차의 풍미를 미묘하게 혹은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물의 다양한 특성과, 어떤 물이 어떤 차에 잘 어울리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물의 선택만으로도 차 맛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이 차의 풍미를 바꾼다 사진

수질, 차 맛의 기초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요소

물은 차를 우리는 데 있어 단순한 용매가 아닙니다. 물속의 미네랄 성분, 입자 구조, 청결도는 찻잎 속 성분의 추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일반적으로 물은 연수(Soft Water)와 경수(Hard Water)로 구분되는데, 차를 우리는 데는 연수가 더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연수는 칼슘이나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 함량이 적어, 찻잎 고유의 맛과 향을 방해하지 않고 부드럽게 추출됩니다. 반면 경수는 미네랄이 풍부해 차의 쓴맛이나 떫은맛을 강조할 수 있으며, 일부 발효차에는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생수나 정수기 물도 수질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수기 물은 깨끗하지만 너무 순수할 경우 오히려 차의 맛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고, 반대로 약수나 광천수는 미네랄 성분이 많아 특유의 느낌을 더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질이 불안정하거나 미세 오염이 있다면 차 맛을 망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좋은 수질을 가진 물은 차의 향을 깨끗하게 퍼지게 하고, 입안에서의 여운도 오래 남게 해 줍니다. 맑고 중성에 가까운 연수는 대부분의 차 종류에 무난하게 어울리며, 특히 백차나 녹차 같은 연한 차에는 탁월한 조화를 이룹니다.

 

pH, 산성과 알칼리성이 주는 맛의 미세 변화

차를 우리는 물의 pH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pH란 수소 이온 농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7이 중성이며 그보다 낮으면 산성, 높으면 알칼리성입니다. 대부분의 생수나 정수된 물은 pH 6.5~8 사이로 중성에 가까운 값을 갖는데, 이 미세한 차이도 찻맛에 영향을 줍니다. 산성에 가까운 물은 차를 조금 더 밝고 산뜻한 맛으로 표현해 주며, 특히 녹차나 홍차의 가벼운 산미를 강조하는 데 유리합니다. 반면 알칼리성이 강한 물은 차를 묵직하게 만들고, 쓴맛이나 떫은맛이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어 주로 보이차나 흑차와 같은 발효차에 적합합니다. 다만 pH가 너무 극단적인 물은 차의 향을 깨트리거나 침전물을 만들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티 소믈리에들은 pH 7~7.5의 중성 또는 약알칼리성 물을 선호합니다. 그 이유는 찻잎에서 주요 성분이 안정적으로 추출되고, 물맛 자체가 부드럽기 때문입니다. pH는 직접 측정하거나 생수 라벨에 표시된 수치를 참고해 확인할 수 있으며, 너무 산성 또는 너무 알칼리인 물을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자사호 등 다도구에 영향이 갈 수도 있으므로 관리가 필요합니다.

 

온도, 차의 성격을 결정짓는 마지막 한 끗

물의 온도는 차의 추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로, 차 종류에 따라 적절한 온도를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고온의 물은 찻잎의 떫은맛과 쓴맛을 더 많이 우려내고, 저온의 물은 향을 은은하게 추출하며 단맛을 부각시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녹차는 70~80도, 백차는 80~85도, 홍차는 90~95도, 보이차나 흑차는 100도에 가까운 끓는 물로 우리는 것이 적합합니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연한 차는 향이 깨지고, 너무 낮으면 발효차는 제대로 우러나지 않아 밋밋해질 수 있습니다. 온도 조절이 어려운 경우, 끓인 물을 식히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끓는 물을 컵에 따르고 2~3분 정도 식히면 약 80~85도까지 자연스럽게 내려갑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온도 조절 주전자도 많이 활용되며, 티소믈리에들 사이에서는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집니다. 또한 물 온도는 차뿐만 아니라 다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자사호는 보온력이 높아 높은 온도에서도 천천히 식지만, 유리 다기는 금방 식기 때문에 온도 유지에 신경 써야 합니다. 차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단순히 물을 끓이는 것을 넘어서 ‘얼마나, 어떻게’ 데우고 식힐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차를 잘 우리기 위해선 찻잎만큼이나 물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수질, pH, 그리고 온도는 차의 향, 맛, 여운까지 모두 좌우하는 요소입니다. 평소에 사용하던 물을 한 번만 바꿔도 차의 풍미는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차를 우리는 물을 다시 바라보며, 나만의 최적의 물을 찾아보세요. 그것이 진짜 티타임의 시작입니다.